2016년 4월 26일 화요일

GCC 국가 탐방기





카타르, UAE 방문기


글쓴이  박효정(13학번)


10월 30일 금요일, 반가운 메일이 왔다. 얼마 전 치렀던 면접에 합격하여 카타르와 UAE에 다녀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희소식이었지만 실감나지 않아 어안이 벙벙했다. 그 상태 그대로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고, 공항까지 배웅 나온 가족들과 헤어져 비행기에 올라 탔을 때도 정신을 차릴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나의 첫 아랍 기행이 시작되었다. 

놀라운 것은 난생 처음 아랍 땅을 밟았을 때 여기가 아랍이라는 것을 실감하지 못할 만큼, 아부다비는 생각보다 낯설지 않은 곳이었다. 그 때 들었던 생각은 ‘아, 사람 사는 곳은 정말 비슷하구나.’였다. “아랍 또한 사람 사는 곳이고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라는 말을 숱하게 들어왔고 또 스스로 말해왔지만 이처럼 낯설지 않을 줄은 몰랐다. 마치 서울에서 간판만 영어와 아랍어로 바뀐 곳에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내가 다녀온 카타르나 UAE가 모든 22개국의 아랍국가를 대표하거나 대변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확실히 나는 굉장히 발달된 지역을 위주로 돌아다녔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와 공통점을 찾기도 쉬웠고 또 차이점을 발견하기 수월했다. 나는 이러한 부분이 가장 큰 혜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의 아랍은 실로 친근하게 첫 아침을 열어주었다.

 11월 22일 일요일, 에티항공을 타고 아부다비를 거쳐 카타르에 도착했다. 카타르는 오래 머물 예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카타르 리얄을 얼마나 환전해야 하는지 많이 고민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아부다비 공항 편의점에서도 카타르 리얄을 받는다. 물론 환율은 불리하겠지만 다른 나라 화폐를 기꺼이 받아주는 것이 신기했다. 비록 GCC는 6개국의 화폐를 통합하는 데 실패했지만 카타르-UAE 간의 경제적, 사회적 관계는 꽤 가깝다고 느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무리 공항 편의점이라고 하더라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의 화폐로 계산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11월 23일 월요일, 새벽에 일어나 가족들과 카카오 보이스톡으로 통화를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4박 6일의 여행을 통틀어 보이스톡이 가능한 곳은 카타르에서 묵었던 호텔뿐이었다는 사실이,매우 놀랍다.  

카타르는 한국 다음으로 유무선 인터넷 2위가 자국이라고 생각한다던데 적어도 내가 다녀본 곳 내에서는 그 사실을 납득할 수 있었다. UAE의 경우 공항과 호텔은 물론이고 유명한 쇼핑몰인 에미레이트 몰이나 두바이 몰에서도 무선 인터넷 품질이 좋지 못했다. 이와 같은 인터넷에 대한 정보는 카타르 대사님께 들은 내용으로 주 카타르 한국 대사관은 바로 이날, 23일 월요일 오전에 방문했다.
 쉽게 접하기 힘든 대사님께 직접 질문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에 앞서 대사님께서 간략한 카타르 소개를 해주셨는데 정말 생생하고 귀중한 정보들이었다. 카타르는 1971년 영국의 위임통치로부터 독립한 이후 1974년 한국과 수교를 맺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카타르에서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수입해오고 있으며 석유 또한 수입하고 있다. 카타르에 건설, 보일러, 자동차 등을 수출하고는 있지만 무역 수지는 적자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한국의 카타르의 건설 수주 액수가 엄청나다는 것인데, 이 사실을 듣고 카타르에서 인식하는 한국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됐다. 사실 카타르의 거리를 둘러보며 의외로 놀랐던 것이 있었다. 카타르는 직접 자동차를 제조하지 않고 전부 수입하는데, 대부분의 차들은 유럽의 고가 차량이었고 택시마저 거의 토요타, 폭스바겐이었다. 매우 드물게 현대와 기아 마크를 단 차량을 볼 수 있었는데 그건 나에겐 너무나도 충격이었다. 생각해보면, 보통 사람들은 어떠한 건물이 어느 나라에서 건축한 것인지는 관심이 없다. 호화 호텔이거나 부르즈 칼리파와 같이 주요 건축물이 아닌 이상, 건물 내 구축된 인프라를 소비하고 즐기는 데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그러나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위신을 드러낼 수 있는 일종의 사치품이다. 그런 의미를 가진 자동차를, 아랍 사람들은 보통 일본이나 유럽 회사를 선호하고 있었다. 건물과 자동차를 넘어 총체적으로 바라보자면, 어느 정도 기술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저렴하고 옵션을 많이 갖춘 것이 우리나라의 강점이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 무역 전략 및 국력 현황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사실 지금도 잘은 모르겠다. 그러나 부족함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고 하지 않던가? 진실로 우리나라가 성장하고 발전하려면 개선할 부분도 존재해야 하는 것이고, 국력을 좀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경험을 통해 우리나라 국가 가치를 상승시키는 데 크게 일조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포부를 품으며 나의 카타르는 마무리되고 있었다. 

 11월 24일 화요일, 아부다비 숙소를 떠나 알아인으로 향했다. 아인(نيع) 은 눈이라는 뜻을 가지는 동시에 샘(fountain)이란 뜻도 갖고 있다. 과거 아부다비에는 취수가 가능한 두 도시가 있었는데(지금은 주로 바닷물을 담수 하여 사용한다.) 그 중 하나가 알아인이다. 알아인에는 쉐이크 만수르를 비롯해 수 많은 장관급 국가 인재를 배출한 UAE대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UAE 대학에는 회원 수 700명, 실제 활동하는 회원 300명을 기록하는 한국 동아리 ‘아리랑’이 있다. 이들은 한국을 사랑하는 열정이 매우 대단할 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해서도 비교적 정확하고 세세하게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배운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점을 존경한다고 말했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처럼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느끼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외국인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에 매우 감사하다.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을 뿐만 아니라 양국의 서로 비슷한 음식도 먹어보고 히잡과 아바야도 몸에 둘러보았다. 특히 게임 코너에서는 윷놀이도 진행하고 있었다. 당시 즐거운 분위기에 심취하여 친히 나의 코트를 희생해 윷놀이 판을 꾸며주기도 했고, ‘도, 개, 걸, 윷, 모’가 각각 동물을 뜻한다는 사실도 설명해 주었다. 한국인이 한국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직접 가르쳐주는 게 신기했는지 그들도 내 말을 경청해 듣고 동영상도 찍으며 일 분 일 초를 소중하게 지냈다.

11월 25일 수요일, 두바이. 마찬가지로 세미나와 함께 아침을 시작했다. 주로 중동 취업에 대한 세미나였는데 한국에서 중동 취업을 어떻게 장려하고 있는지, 정보는 어떻게 얻어야 하고 지원은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중동의 전망은 어떠한지 등을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유익한 정보들이 많았다. 사실 23일에도 중동 현지 취업 선배님들과 함께 오찬을 했는데 당시 가장 인상 깊었던 말씀은 3년 이상은 진득하게 한 회사에 머무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해외에서는 한국에서 선호하듯 단기간에 많은 회사를 거쳐간 이력서가 아니라, 하나의 회사에서 장기간 버틴 이력서를 선호한다고 한다. 그래서 단기간 인턴을 할 때도 유의해야 하는지 궁금했는데, 세미나에서 그 정답을 들었다. 네가 관심 있는 일에 도전하는 자체에 주목하고 또 즐겁게 일하라는 것이었다. 다른 누구보다도 현지 헤드헌터가 말씀해 주신 조언이라 더 뜻 깊었다. 이후에는 세계적인 건축 전시회 Big5도 관람했는데 건축 쪽으로는 잘 아는 게 없어 많은 것을 흡수하지 못해 아쉽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 만으로도 전 세계가 중동을 주목하고 있으며 자국을 홍보하는 데 많은 정성을 들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두바이 왕궁과 자메이라 타워에도 들렸는데 그 근처에는 삼성 스마트폰 광고가 크게 걸려있었다. 해외에서 태극기를 보고 애국가를 듣는 만큼이나 가슴 뭉클했다. 이후 수크 알바하르를 거쳐 부르즈 칼리파와 두바이몰 앞의 분수 쇼도 관람했는데 그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사람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고 시각과 청각에만 의존해 펼쳐지는 공연이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는 점에 감격했다. 역시 내가 공부하고 또 연구하는 아랍이라는 문화는 빠져나올 수 없는 신비로운 매력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11월 26일 목요일, 나의 직속 선배님이신 삼성전자 중동총괄 상임고문의 세미나로 여행의 마지막 날을 시작했다. 이 분은 중동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스카우트 되신 분이다. 그래서 더더욱 질문거리가 많아졌다. 사실 최근에 아랍어과 학생으로서 국내 자료에 대해 다소 실망했던 적이 있다. 우리가 공부하는 아랍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미국과 이스라엘의 연구와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아랍, 이스라엘, 미국의 명칭도 다르고 관점도 다르다. 이를 제3자로서 한국인인 내가 객관적으로 확인하려면 그 3가지 시각을 모두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실상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데 현실적인 문제는 효율성의 문제다. 이러한 한계를 선배님께서도 인정하셨고, 또 카타르 대학에서 수학하며 직접 경험해보셨다며 이해해주셨다. 그러나 객관적인 학문적 지식을 얻기 위해 정진하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공부에 왕도란 없다는 뜻이다. 순간 더 쉽고 빠른 길에 욕심 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 졌고, 앞으로도 더 많은 정성을 들여 공부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렇게 또 내 마음에 경종을 울린 이후에는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자 삼성물산에서 건축한 탑, 부르즈 칼리파에도 올라갔다. 인공 건축물 중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이곳은 하늘에 닿고 싶어했던 인류의 숙원을 얼마나 이뤄주었을까? 단 1분 만에 1층에서 124층으로 올라갔을 때, 그리고 그 높은 위치에서 세상을 한 눈에 내려다보게 됐을 때 인류가 정말 위대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들 사진 찍느라 여념 없던 와중에 여유롭게 도로 위를 지나다니는 차를 보고, 바람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이 밀려와 또다시 이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그렇게 서서히 두바이의 저녁도 저물고 나의 여행도 마무리되고 있었다. 순식간에 날짜가 지나갈 줄은 예상했지만 이처럼 알차고 빠르게 지나갈 줄이야. 안녕 두바이. 안녕 아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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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in Chief, At-Tamr, Dept. Arabic,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Seoul, Korea E-mail : attam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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