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배우 인터뷰
그럼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아랍어과를 대표해서 지난 4개월간
땀흘려 노력한 연극배우들의 생생한 후기를 들어봅시다!
정리 정현경(14학번)
이진국(자비르,12) : 안녕하세요. 자비르 역할에 이진국입니다. 사실 제 배역이 뭔지 알게 된 건 한창 유럽을 여행하던 중이었습니다. 스페인에서 모로코로 넘어가던 중이었지요.
미리 공부하려고 대본을 가져갔었는데, 배역을 알고 제 대사를 보니까 정말 숨이 턱 막혔어요. 한국 돌아와서 첫 연습에 참석했을 때에도,제 배역과 엄청난 대사 분량에 기가 눌려 포기하려고 했었어요. 윤은경교수님이나 박재원교수님께 가서 상담도 했어요. 근데 다들 믿어주시고, 저랑 같은 장면을 연기하는 학수나, 현경이, 상욱이형 등 든든한 동료들도 응원해주기에 8월 달과 9월 달 동안은 대본 암기를 미친 듯이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외워도 외워도 까먹고, 수도 없이 살라 교수님 녹음테이프를 듣고, 학수나 학과장실 조교분들에게 발음 교정도 받고, 교수님들께 따로 부탁드려서 연습했어요.
그렇게 여차여차 대본을 다 외우니, 연기가 문제였는데, 살라 교수님과 윤은경 교수님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었고, 특히 연극 2주전부터 했던 리허설을 통해 정말 많이 발전할 수 있었어요. 상대 배역과 서로 한 장면에서 완벽하게 호흡이 맞았을 때, 그 쾌감은 정말 엄청났어요.특히 연극 시작 전 마지막 리허설 때 현경이(룰루아)랑 연기가 맞았을 때 제일 기분이 좋았어요.
실제 무대에서는 정말 떨렸어요. 그 대머리 가발도 갑작스레 그 날 준비된 거라 어색했고, 리허설 때 좀 틀린 게 많아서 예민하기도 했죠.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우리 연극팀 모두 완벽하게 해냈더라고요. 저는 정말 간절히 바랐던 게 ‘연극이 끝나고 나서 후회할 것이 없으면 좋겠다.’였는데, 그렇게 된 거 같아서 너무 뿌듯했어요.
연극이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아직 좀 어색해요. 매주 월, 목, 토에 연습해야 할 것 같아요. 이번 연극을 통해 저 스스로 많이 성장할 수 있어서 너무 뜻 깊은 시간이었어요.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정말 행운이었어요. 마지막으로, 우리 연극팀원들, 스태프팀원들, 조교분들, 분장 도와준 15, 아문연 후배들 모두 감사합니다!
룰루아(정현경,14) : 안녕하세요, 자비르의 애인 룰루아 역할을 맡은 정현경이라고 합니다.
우선 저는 이 원어 연극배우들을 모집할 정말 초장기에 지원했었습니다. 그리고 이 연극에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여성 역할이 룰루아 하나 밖에 없었고, 제가 자연스럽게 여주인공이 되었죠.
제가 연극배우를 하겠다고 지원한 데는 크게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어요. 하나는 아랍어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어서인데, 신문 읽기나 스터디 같은 방법들보다 훨씬 재밌고 흥미롭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발음이나 속도, 억양 같은 부분들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다른 하나는, 연말에 ‘내가 2015년에 이거 하나는 정말 제대로 이루었지!’ 라고 할 만한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어요. 저는 춤이나 노래 이런 쪽에 별로 재능이 없어서 현재 그런 쪽으로 속해 있는 동아리도 없어요. 그런 분들이 학교 축제 같을 때 무대에 서서 뭔가를 이뤄내는 모습이 되게 부럽더라고요. 그렇게 하나를 같이 이루어냈을 때, 같이 무대를 꾸려냈던 사람들끼리 함께 느끼는 그런 유대감이나 보람이 가장 부러웠던 것 같아요.
저는 정말 초창기부터 연습을 함께 했던 터라 7월부터 11월까지 거의 4개월 동안 연습을 이어갔어요. 처음에는 연극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듣고, 체력이나 발성, 감정 연기 같은 기본적인 사항들을 연습했어요. 특히 발성이나 감정 연기는, 살면서 정말 그런 것들은 처음해보다보니 너무 어색하고 부끄러웠어요. 차라리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면 상관이 없을 텐데, 다 선후배 사이었다보니까 더 쑥스럽지 않았나 싶어요.
그 다음에는 아랍어 대본을 연습하고 완벽하게 외우는 단계에 넘어갔는데, 저는 외우는 것 자체보다는 평소에 신경 쓰지 못 했던 디테일적인 부분에서 자꾸 걸리더라고요. 예를 들어 장모음이라던가 ‘ح’ 발음 같은 것에서 교수님께 지적을 받았었어요.
그리고는 이제 상대 배우와 동선을 짜고 합을 맞추고 무대에서 해보는 시간들을 가졌는데, 솔직히 이 부분들이 가장 힘들었었어요. 다 처음 해보는 일들이라 정말 우리끼리 직접 ‘무’에서 ‘유’를 창조하느라 혼란스러웠던 점도 있지만, 저는 ‘무대’가 조금 무서웠었어요. 한 번은 자비르와 룰루아 장면을 연습하는데, 저희 장면씬이 이 연극에서 유일한 로맨스 장면이다 보니까 제가 무대로 뛰어 나가서 자비르의 손을 잡자마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더라고요. 그 웃음소리를 듣자마자 저는 진짜 머리가 새하얘졌어요. 평소에는 실수를 조금씩은 했지만, 대사 자체를 잊어버리진 않았는데, 정말 대사가 하나도 생각이 안 나고 자비르가 앞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안 들렸어요. 진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는데 꾹 꾹 참으면서 끝까지 했던 적이 있어요.
근데 정말 원어연극 날짜가 다가오고 모여서 다 같이 연습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무대 분위기가 편해지고 ‘이걸 극복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는 의지가 강해졌어요. 그래서 대사나 동작이나 더 신경을 많이 쓰려고 했는데, 실수를 하거나 자비르랑 합이 맞지 않을 때는 그래서 더 속상하기도 했죠. 그래도 그 당일 리허설 때 정말 말 그대로 ‘몰입’이라는 걸해서 연기하니까 실수도 줄고 합도 너무 척척 잘 맞아서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진 상태에서 본 연극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최종 리허설이 끝나고 조경현 선배님께서 ‘정말 연극이었다.’라고 말씀해주실 때부터 울컥했는데, 참느라 힘들었어요. 결국 본 연극이 끝나고, 정말 모두 별 실수 없이 뿌듯하게 잘 해냈을 때는 눈물이 나더라고요. 모두가 제일 많이 했던 걱정이 ‘우리 그냥 학예회 수준이면 어떡하지?’ 였는데, 끝나고 나니까 그냥 너무 벅찼어요. 우리가 연극을 만들었다는 그 자체가요.
하카와티(김성진,12) : 선후배들과 함께 어울려 무언가를 본격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졸업하신 선배분들과 교수님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준비하는 와중에 과에 대한 소속감을 재고할 수 있었습니다. 아랍어 실력에 도움이 되었음은 두말 할 것 없습니다. 특히 대사량이 많았던 주연급들이 그 효과를 많이 느낀 것 같아요. 하지만 저학년 참여가 저조했던 것이 마음에 걸리네요.
만수르(이학수,12) : 아랍어로 하는 연극이 흔치 않기 때문에 꼭 참여하고 싶었어요. 막연하게 특별한 경험이고 재미있어 보인다는 생각에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처음에는 대사도 잘 안 외워지고 무대에 설 때 목소리가 기어들어가고 얼굴이 빨개져 관객석을 쳐다보지도 못하니까 과연 연극을 잘해낼 수 있을까, 괜히 다른 배우들에게 피해를 입히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어요. 그래서 진국이와 수업 전후로, 식사 때까지 열심히 연극 연습을 했는데 어느 순간 대사와 동작이 자연스러워지고 ‘케미’가 잘 맞게 되었어요. 그리고 몇 개월 동안 연극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큰 만큼 애착도 많이 생겨서 지금은 끝나서 후련하다는 마음보다는 아쉽다는 마음이 커요. 정말로 그 동안 우리 과 교수님들과 선배들의 진심 어린 조언과 관심 덕분에 많이 배웠고 즐거웠으며 연극을 통해 잊지 못할 행복한 추억 만들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바그다드 재상(박상욱,11) : 정말 장정이었습니다. 7월 4일부터 11월 5일까지. 여름방학과 2학기 절반의 시간을 꼬박 여기에 바쳤습니다. 무대에 선 인원이 14명, 특별출연이 4명, 스탭이 8명이 투입되었으며, 투입되었다 나간 인원도 7명입니다. 정교수 3분이 모두 도와주시고 하나뿐인 외국인 교수 역시 늘 함께해 주셨습니다. 중앙동아리 외대연극부도 연출자문과 연기지도를 해주었습니다. 투입된 돈은 또 얼마인가요..
외대연극부가 한 연극에 2~3명이 무대에 서고 돈도 20~30만원으로 해결한다고 들었을 때는 정말 우리가 얼마나 터무니없이 대규모인지 그리고 참으로 천진난만하게 그리고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어려운 무대를 기획한다 느꼈습니다. 이런 역사일 줄 ‘미리 알았다면’ 어느 누가 하자했을까요..? 생각해보면 이것은 우리가 연극을 처음 시도하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가끔은 아무것도 모르는, 좋게 말하면 순수하게 일을 한 처음의 마음이 나중에는 얼마나 큰일을 가능케 하는지 깨닫게도 합니다.
솔직히 제가 제일 걱정한 것이 바로 이게 작은 연극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연극선배들이 모두 바쁜 관계로 연기는 제대로 배우지 못했습니다. 자체적인 연기노력은 정말 많이 했는데 정말 이게 맞는건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연습은 엄청나게 했는데도 관객들의 웃음거리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연극을 후원해주신 교수님과 학과장님, 많은 선배들께 쓴웃음을 줄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연습이 결국 만들어냈습니다. 지난 4개월간 서로 만나면 연극대사로 인사하고 걸으면서 외우고 전화 걸면 대사로 대화하며 밥 먹으면서도 연습했습니다. 매일 수시간을 연극에 신경썼으며 마지막 주에는 거의 모든 시간을
연극만 생각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큰 실수 없이 연극을 무사히 마쳤으며 저는 반응이 어떨까 조마조마한 상황에서 다들 우리가 잘했다고 박수쳐준다는 소식을 듣고 드디어 안심했습니다. 막을 내린 후에는 후련해서 기뻤고 관객들의 반응을 들었을 때는 결국 우리의 연습과 노력이 교수님, 선배들을 배신하지 않음에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후반부에 연극을 가르쳐준 조경현 선배가 극후 회식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감동했다. 여러 아마추어적인 요소가 여전했지만 그럼에도 감동했다. 며칠 전 프로들의 연극을 보았지만 지금이 더 감동적이었다. 그 프로들에선 기계처럼 정교한 연기를 볼 수 있었지만 이번 연극에선 볼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첫 무대에 서는 배우들에게 그 설렘과 감동이 느껴졌다.”
연극이란 사람들 앞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예술이라고 7월 첫 만남 때 배웠습니다. 물론 정치극의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정말 전달한 것은 거짓 없는 처음의 순수함과 설렘 그리고 그동안 매일같이 모여 연습한 노력을 사람들에게 전달한 것 같습니다.
연극이 끝난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다들 관객들 앞에서 조명을 받던 연극의 기운을 잊지 못한 것 같습니다. 여전히 배우들은 아랍어 연극대사를 흉내 내고 응용하며 놀고 있습니다. 조경현 선배는 첫 무대에 오른 사람은 마약을 맞은 사람과 같다고 했는데 겪어보니 정확한 표현입니다. 첫 연기의 설렘과 감동은 정말 희한한 기분입니다.
한편, 분명히 사족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연극을 계기로 제일 존경하는 장준하 선생의 경로랑 희한하게 잘 따라가고 있어 신기합니다. 장준하 선생은 중국에서 한국광복군으로 활동하며 잡지, 연극을 통해서도 독립정신을 널리 알린 독립운동가이며 광복 후엔 잡지 <사상계>로 맹활약을 한 민주화운동가이기도 합니다. 자서전 ‘돌베개 ’ 내용에 감명을 받아 대입 후 중국 내 한국 독립운동기지를 탐방하기도 해보고 정말 ‘장준하 선생도 잡지를 했다’는 이유로 주제는 물론 다르지만 잡지 동아리 앗타므르에도 가입해봤습니다. 사실 연극만큼은 아무리 장준하 선생도 했다지만 저와는 상관없을 것이라 여겼는데 막상 연극 지원할 때나 할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 이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연극마저도 하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신기하게 생각합니다.
압둘 라띠프(지상진,15) : 처음 연극할 배우를 모집 한다고 할 때, 아랍어 실력도 향상할 수 있고 연기라는 분야를 한 번 도전 해보고 싶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연기를 전문으로 하시는 선배님과 함께 하면서 연기라는 분야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살라딘교수님의 녹음을 듣고 다른 선배님들의 대사를 들으며 제 대사 외에도 다른 대사들을 외웠던 과정들이 아랍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국 왕(박건호,15) : 연극 준비를 하면서, 난생 처음해보는 연기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심했습니다. 무언가를 할 때 열심히 하고 완벽하게 하고 싶어 하는 성격이 강해서 개인적으로 한양대 연극영화과 친구한테 조언을 얻기도 했고 여자도 소개받았습니다. 예뻤는데 이어지지는 못했네요. 아니 이게 아니라, 그래서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 많았는데 형들이 연습할 때 정말 진심으로 연기를 하시는 모습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한 모습 때문에 더욱 열심히 할 수 있었고 왕이라는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국 장군(장재원,15) : 비록 늦게 참여해서 대사가 한 줄이었지만 재밌었습니다. 연극이 끝나고 뿌듯한 마음도 들었고 아랍어 잘하시는 선배들 보면서 저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합, 이발사, 문지기(이상윤,12) : 음, 일단 연극 하면서 ‘이게 되나?’ 싶었는데 해보니깐 결국은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둘째로는 다른 일들도 그렇겠지만 연극에서 큰 톱니를 담당하던 작은 톱니를 담당하던 각자 맡은 바를 다 해야 모든 것이 굴러 가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바그다드 시민(최지규,12) : 네, 시민 ‘자이드’역의 최지규입니다. 사실 아주 처음에 모집할 때 망설였다가 전역하고 나서 동기들 추천으로 하게 됐습니다.
첫 연습 때 다혜선배랑 다 같이 체조했는데, 그 충격을 잊을 수가 없어요. 힘들 줄 알았는데, 이렇게 힘들지 몰랐거든요. 이거 하면서 예전에 짰던 복학계획도 거의 다 바뀌고 생각보다 너무 바빠졌어요. 사실 지금도 연극 끝난 게 실감이 잘 안 날 만큼 시간이 빨리 갔네요.
솔직히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그런데 어디 하소연할 수가 없더라고요. 처음에 봤을 땐 대사도 적고, 그나마도 반복 위주인 마당이니, 시민 역할은 다른 배역들에 비하면 얼마나 쉬워 보여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하고, 이 연극을 하겠다고 했거든요.
근데 문제는 여럿이라는 거였어요. 시민은 정말 여러 번 바뀌었어요. 하도 안돼서 만수르가 시민2도 할 뻔하고, 아예 저만 남기고 하카와티랑 대화하는 식으로 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항상 연극에서 걱정되는 부분으로 꼽혔죠.
모임 때마다 시민은 한 두 명만 오고, 그러니 연습에서 비중이 줄어버리고, 그러니까 피곤한데 의욕은 안 생기니 또 이탈하고 이게 반복됐어요. 저는 계속 남아서 누가 새로 들어올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알려줘야 했고요. 똑같이 연극 처음 하는 입장에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걸로 보일 것 같아서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부담스러웠어요. 결국 무대에 오른 시민팀(세준형, 자원형, 저, 하은이)이 결성될 때쯤엔 이미 연극이 얼마 안 남은 때였죠. 다행히도, 이번엔 모두 힘든데도 잘 견디고 서로 적극적으로 연습했어요. 동선 같은 거 의견도 같이 내고, '그럼 일단 해보고 정할까?' 같은 말도 나오고. 너무 맘이 놓이더라고요.
여기에 교수님들 그리고 의현형과 다혜누나, 96학번 조경현선배님을 비롯한 선배님들이 물심양면 도와주셨죠. 특히 세 선배님들께 정말 감사해요. 그분들 덕분에 결국 끝까지 해낸 것 같네요. 아랍어 다시 하려고 시작한 연극이었는데, 하는 내내 아랍어 뿐 아니라 정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어요. 잊지 못할 추억이 하나 생겼네요. 연극 격려해주시고 보러 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단 말 다시 한 번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바그다드 시민(전하은,14) : 처음에는 연극을 뒤늦게 참여해서 대사 숙지도 되어있지 않고, 바그다드 시민들 사이의 합도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초반까지만 해도 바그다드 시민들은 나무토막처럼 서서 대사만 읊었어요. 그러다 살라 교수님의 지도 아래 리액션과 발음을 익히고 나서야 조금씩 볼 만해져갔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5명이 서로 모여 동선을 짜고 합을 맞추고 서로의 대사를 외우면서 바그다드 시민파트가 완성되었죠. 저만 대사를 잘 외운다고 연극이 완성되지도 않았으며 누구 한 명이 잘한다고 해서 그 연극이 성공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본 공연 무대에 올라서고 붙인 속눈썹 위로 조명이 비췄을 때 ‘와, 드디어 끝났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판 일주일에 스퍼트를 올려 힘들게 연습했고 공연에서 성공적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준 것 같아서 공들인 시간이 아깝지 않았어요. 다시 한 번 연극하자고 하면 선뜻 ‘하자’라고 하긴 힘들지만, 연극을 한 것은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성공적인 연극을 만들기 위해 힘써주신 모든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바그다드 시민(이자원,12) : 드디어 연극이 끝났네요. 뿌듯함과 아쉬움이 교차합니다. 저의 경우, 연극이 막을 내린 것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열정적이지 못했던 것의 아쉬움이 큰 것 같아요. 배역을 맡기 전에는, 이번학기는 가능하면 공부만 하길 원했기에 가능하면 작은 배역을 하길 원했습니다. 그러나 연극이 끝난 지금에서는 배역 욕심을 부리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네요. ‘처음 시민4 제의가 들어왔을 때 그걸로 하겠다고 확실히 말할걸’, ‘영국왕 배역이 공백일 때 내가 하겠다고 말할 걸’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아니 어쩌면 작은 배역이라도 그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같은 시민 역할을 맡았어도 지규의 경우 거의 메소드 연기에 가깝게 잘해서 짧은 분량이었지만 누구보다도 빛났다고 생각해요. 현경이도 얼마나 연극에 대한 애정이 많았으면 끝나고 눈물을 보였을까요.
그에 비해 저는 연극에 애정을 많이 쏟지 못했습니다. 배역이 작아서 묻어가려했던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마지막에야 다른 연극배우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자극 받아 좀 더 열심히 하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무슨 일이든 일단 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의욕적으로, 아쉬움이 남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바그다드 시민(구남호,14) : 저는 연극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들어오게 되어서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하다보니까 이게 또 재미가 있어져서 딱 제일 재밌을 때 끝나버려서 좀 아쉽기까지 합니다. 워낙 저는 과 활동도 안 하니까 솔직히 많이 어색하긴 했는데 , 연극 덕분에 선배님 몇 분과도 친해지고 교수님들하고도 더 알게 되어서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연극 준비할 때 대본 외운답시고 헬스장에서 대사 계속 중얼거리면서 운동도 했어요. (하하) 아, 솔직히 다들 발음도 너무 좋고 연기가 너무 대단해서 많이 위축도 됐었습니다.
바그다드 시민(황세준,10) : 안녕하세요. 아흘 바그다드 중 남자 3역할을 맡았던 10학번 황세준입니다. 대사가 그렇게 많지 않아 쉬울 거라고 예상했지만, 막상 다른 친구들과 무대에서 맞춰볼 때 '연극이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거구나'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본인 대사만 외운다고 끝나는 게 아니고 행동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대학교 생활 중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하나 만들게 되어서 굉장히 기쁩니다. 모두 바쁜데도 주말에도 나와서 연습하고 많은 사람들과도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참여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제 또 원어 연극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원어 연극 때는 더 많은 인원들이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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