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22일 수요일

요르단 생활





요르단 생활


 
 
글쓴이  권나현(15학번)


 
 
요르단을 가기 전 아랍 국가에 대해 완전 무지했던 저는 아랍국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라곤 뉴스에 나오는 탈레반의 만행들과 ‘연을 쫓는 아이’라는 영화에서 나온 장면들 밖에 없었습니다. ‘아랍’이라는 말을 들었을 땐 다른 사람들이 흔히 갖고 있는 편견과 다를 것 없이 허허벌판의 황무지에 부르카를 쓴 여성들의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한 요르단은 제 예상과 달리 개방적이었고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새로운 점이 많았습니다. 요르단은 중동국가 중에서 비교적 현대화된 나라에 속합니다. 그래서 요르단 여성들은 요즘에는 무슬림 여성의 상징이 된 부르카보단 히잡을 쓰거나 아예 아무것도 머리에 두르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 입니다.
 
한국엔 고층 아파트 건물들이 많다면 요르단은 단층인 3.4층의 낮은 빌딩형식의 집이 오목조목 많다는 점도 인상깊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랍음식들을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에 팔지만 요르단에선 이런 음식들이 주식이어서 팔라펠, 홈무스와 피타 브레드 같은 아랍음식들을 저렴한 가격에 자주 먹었습니다. 요르단에선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대신 한국엔 흔하지 않은 양고기가 흔해 쉽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요르단에서는 삼겹살이 그리웠었지만 정작 여기 한국에서는 요르단에서 먹던 양고기가 자주 생각납니다. 한국에서의 ‘치킨’과 같이 요르단 국민 모두에게 사랑 받는 ‘샤와르망’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아랍음식이었습니다.
 
한국과 달리 요르단은 정치체제가 입헌군주제라 모든 권한을 가지진 않았지만 왕이 있었습니다. 요르단 사람들은 왕을 찬양하다시피 해서 차, 건물, 벽 등 어딜 가든지 왕의 사진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무슬림들에게 알코올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흡연은 매우 보편적이어서 많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담배를 피기 시작했고 카페에서 물담배(샤샤)를 피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요르단 사람들은 대부분 언어의 특성도 있지만 목소리가 크고 자존심이 셌습니다. 한번은
요르단에서 다니던 학교에서 혼자 남아 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선생님 두분이 들어오셔서
아랍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말싸움을 한다고 오해해 안절부절 시험지만 바라보던
적도 있었습니다.
 
요르단에 가기 전에 한번도 아랍사람들을 접해 본적 없던 저는 영화에서 본대로
여자들은 남자들이나 외부인과의 접촉을 피하고 적대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웃이나 친구들을 봤을 때, 동네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 못지않게 목소리가
컸고 아랍인아주머니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항상 여성스럽고 조심스러울 것만 같던
아랍여성들의 모습은 개방적인 요르단, 특히 수도인 암만에선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요르단은 무슬림국가라서 모스크가 정말 많았습니다. 그리고 인구의 6분의 1이 기독교인이라 교회도 생각보다 찾기 쉬웠습니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며칠 동안 요르단 관광지 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처음으로 간 곳은 사해였습니다. 물에 누우면 그 상태로 물위로 둥둥 떠 신기했습니다. 다음으로 ‘아카바’ 라는 해안도시로 갔는데 저녁때 석양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다음날 간 요르단의 사막 ‘와디럼’은 인디아나존스에나 나올법한 부드럽고 빨간 모래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는데 평생 잊지 못할 장경이었습니다. 근처에는 우르도니들이 천막을 치고 낙타 몇 마리를 묶어 두고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비록 시간이 넉넉지 않아 트랜스포머와 같은 유명한 영화를 촬영했던 관광지인 요르단의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 ‘페트라’를 가지 못했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고 싶습니다.
 
요르단에서 좋은 추억도 많았지만 외국인으로서 당황스러웠던 경험도 있었습니다. 요르단에서 택시를 타면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많아 바로 갈 수 있는 길을 조금 더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외국인으로서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점은 젊은 남성들, 일명 ‘샤밥’들이 거리에서나 쇼핑몰 근처에서 여자들이 지나갈 때마다 휘파람을 불고 노골적으로 구애를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새벽에 모스크의 아잔 소리 때문에 잠을 자기 힘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가끔 다시 그 소리가 듣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팔라펠 샌드위치를 먹으며 친구들과 수다 떨던 기억이 가끔 납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 평생 간직할 추억을 쌓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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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in Chief, At-Tamr, Dept. Arabic,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Seoul, Korea E-mail : attam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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