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권력기구 알아보기
글쓴이 박상욱(11학번)
아랍어어학병 시절을 회고해보며 개인적으로 신경이 많이 간 나라를 꼽자면 꼭 아랍국가만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이란도 순위권 안에 들어갑니다. 이란은 아랍어를 쓰는 나라가 아니라 번역할 만한 기사가 상당히 제한되긴 하지만 이란은 아랍뿐만 아니라, 세계뉴스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지는 나라입니다.
이란은 8천만에 가까운 상당한 인구를 거느리고 있으며 학력 수준도 높은데다가 페르시아부터 내려오는 유구한 역사·문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넓은 국토에 원유 그리고 지리적 중요성 등 이란은 결코 중동 아니 세계에서도 신경 안 쓸 수 없는 나라입니다.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예멘 등 시아파가 영향력이 있는 나라에서 이란의 입장은 언론에서 상당히 비중있게 다룹니다.
그런데 이란 뉴스를 접하다 보면 대통령말고도 중요한 할아버지 한명이 더 있으며 이 사람의 발언이 더 비중 있게 처리된다는 점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여러 가지 특이한 권력기구가 있어 다른 국가와는 권력구조가 많이 다릅니다. 기사를 번역하다보면 생소한 권력기구와 사람들의 등장에 곤혹스럽기 마련인데 이번 기회에 한번 정리해둘 필요가 있을 겁니다. 사실 저는 아랍어어학병으로 근무했으나 아랍어보다는 아랍정치에 더 관심이 있어 아랍어 공부보단 이런 정치자료를 개인적으로 공부해보고 만들어봤습니다. 따라서 그냥 개인적인 심심풀이식 자료긴해도 아랍어 어학병을 준비하시는 분이나 아랍어 어학병에게도 공부하기 편한 자료가 되지 않을가 생각합니다.
← 이건 제가 군생활하면서 쌓은 지식을 그냥 개인적으로 정리해본 이란의 권력구조도입니다. 전세계 수많은 이란 권력구조도를 참조하고 자료를 살펴 만든 것인데 화살표가 겹치지 않아 깔끔하고 웬만한 핵심구조는 다 집어넣어 공부하기에도 적절합니다.
지금부터 설명할 내용과 이 권력구조도를 계속 대조해가며 읽으시면 이해가 편하실 겁니다.
최고지도자 (Supreme Leader)
우선 최고지도자의 대표적 권한을 먼저 봅시다.
·헌법수호위원회 위원 12명 중 6명을 임명
(나머지 6명은 사법부 수장이 임명)
·사법부 수장을 임명
·의회 동의를 받을 경우 대통령을 해임할 수 있음
·국정조정위원회 위원을 임명
·각종 군부대 수장을 임명
이것만 봐도 이란의 핵은 여기란걸 알 수 있습니다. 이를빼면 이란 정치가 설명이 안 되며, 거의 모든 권력기구가 이란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사법, 언론, 군, 종교 등 이란의 거의 모든 권력을 틀어쥐고 있습니다. 심지어 사실상 바뀌지도 않습니다. 이론적으론 국가지도자 운영회의에서 종신직인 최고지도자를 선출하고 해임할 수 있으나 아직까지 아무도 해임된 적이 없습니다.
헌법수호위원회 (Guardian Council)
이들이 하는 일 중 살펴볼 만한 것은 두가지 정도입니다.
·선거후보자를 사전 심사해 승인하고 거부할 수 있음
·의회가 통과한 법안을 비준하거나 거부할 수 있음
업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뒤로 미루고 우선 운영구조를 살펴보자면 헌법수호위원회는 위원 12명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이 중 6명은 최고지도자가 직접임명하고 나머지 6명은 사법부 수장이 임명합니다. 근데 재밌는 것은 사법부 수장을 임명하는 자가 바로 최고지도자입니다.
결국 최고지도자가 임명한 사법부 수장이 헌법수호위원회 위원 6명을 임명하고 나머지 6명은 최고지도자가 직접 임명하는 것이니 결국 위원 12명 모두 최고지도자가 임명한 것이나 다를바가 없습니다.
이제 업무에 대해 살펴봅시다. 첫째로 어떤 사람이 선거에 출마를 하려면 이 기구의 승인이 있어야 하며,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선거에 나갈 수가 없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13년 대선에서 686명이 대통령 출마를 신청했는데 이 중 8명만이 최종 후보가 되었습니다. 신청자 중에는 중도파 라프산자니 대통령도 있었으나 기득권 위협을 우려한 헌법수호위원회가 후보에서 탈락시켜 출마를 막아버렸습니다.
그러니까 마음만 먹으면 이란 최고지도자는 자신을 위협할만한 존재가 선거로 뽑힐 수 있는 경우를 헌법수호위원회를 통해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 의회가 통과한 법안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대통령, 내각, 의회가 개혁 법안과 정책을 만들어도 헌법수호위원회에서 비준을 거부한다면 이들의 개혁은 시도조차 할 수 없습니다. 대표적 예로 하타미 대통령을 들 수 있습니다. 국민의 개혁염원을 받아 당선된 하타미 대통령과 의원들이 수많은 개혁법안을 통과해도 헌법수호위원회에 번번이 거부됐습니다. 결국 하타미의 개혁은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기득권을 수호하는데 헌법수호위원회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법부 (Justice)
최고지도자가 임명하는 사법부 수장에게는 이란 사법체계를 관장하는 역할 외에도 헌법수호위원회 위원 6명을 뽑을 수 있습니다. 현재 이란 사법부 수장은 사데크 라리자니로 이란 의회의장인 알리 라리자니의 동생입니다.
# 대통령 (President)
# 표시는 국민이 직접 선출한다는 표시입니다.
대통령은 최고지도자가 아니라 국민의 힘으로 선출됩니다. 하지만 군사 분야는 최고지도자가 맡고 있으며 또한 의회의 동의만 받는다면 최고지도자가 대통령을 해임할 수 있습니다. 현재 대통령은 중도개혁파이자 성직자 출신인 하산 로하니입니다. 이로 인해 개혁을 원하는 국민의 지지를 받았음에도 하메네이를 비롯한 보수 성직자세력과도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국가지도자운영회의 (Assembly of Experts)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역시 국민이 선출합니다. 86명으로 구성된 국가지도자운영회의는 최고지도자를 선출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하지만 최고지도자가 종신제이므로 최고지도자가 죽어야만 국가지도자운영회의가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광경을 볼 수 있을 겁니다.
# 의회 (Parliament)
290명으로 이루어진 의회도 국민이 선출합니다. 의회는 대통령이 꾸린 내각을 승인하거나 거부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도 로하니 대통령이 임명한 개혁 성향 장관들이 의회로부터 거부당한 적이 있습니다. 의회는 법안을 만들어 통과할 수 있으나 헌법수호위원회가 이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국정조정위원회 (Expediency Discernment Council)
이 기구의 주요업무는 의회와 헌법수호위원회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한편, 이란의 현재 대통령인 하산 로하니는 이 기구 산하 전략연구센터 소장
(1992-2013)으로 대선에 출마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국가안보최고회의 (Supreme National Security Council)
이 기구는 이란 최고지도자의 직속기구이자 이란국가안보정책을 결정하는 곳입니다. 이때문에 서방과 이란이 치열하게 핵협상을 벌이던 때 이란 핵협상 수석대표를 맡은 사
람은 바로 이 기구의 수장이었습니다. 당시 수장은 현재 대통령인 하산 로하니입니다. 로하니는 이란의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국가안보최고회의 사무총장으로서 핵협상 수석
대표(2003-2005)로 맹활약하며 이른바 ‘외교의 달인’이라는 평을 들었습니다. 반면 특이하게도 정작 로하니 자신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핵협상 책임을 대통령 산하인 이란 외무부로 넘겼습니다. 따라서 이란 핵협상은 현재 이란 외무부 장관이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이란 핵협상 기사에서 자주 나오는 사람은 예전처럼 국가안보최고회의 사무총장이 아니라 이란 외무부 장관인 무함마드 자리프입니다.
마치면서
여기까지 하면 이란의 핵심 권력기구는 거의 다루었습니다. 아랍을 알기위해서는 이란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어느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기에 다루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군 자료도 아니고 학교자료도 아닌 그냥 전역 후 개인적으로 만든거라 오류가 없을 가능성을 100% 장담하지는 못하겠는데 그래도 오류없이 도움이 많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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